가만히 눈을 감는 것도 기도입니다

얼마 전 마음에 오래 남는 시 한 편을 만났습니다.
이문재 시인의 **「오래된 기도」**라는 시입니다.
처음 제목을 보았을 때는 아주 오래된 신앙인의 기도문을 떠올렸습니다.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고, 간절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무언가를 구하는 그런 기도 말입니다.
그런데 시를 읽어 내려가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기도는 꼭 말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시인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짧은 두 문장이지만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기도는 꼭 말로 해야 할까?

우리는 흔히 기도라고 하면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은 채 무언가를 말하는 모습을 떠올립니다.
감사할 것을 이야기하고,
잘못을 고백하고,
도움을 구하고,
앞으로의 일을 맡기는 것.
물론 그것도 기도입니다.
하지만 「오래된 기도」에서 만나는 기도는 조금 더 넓습니다.
누군가의 이름을 마음속으로 불러주는 것,
노을을 바라보다 잠시 걸음을 멈추는 것,
지난봄을 떠올리는 것,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이 기도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한참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매일 수없이 많은 기도를 하면서도 그것을 기도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요?
바쁘게 사는 사람에게 필요한 기도

요즘 우리는 너무 바쁘게 살아갑니다.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사람들과 연락하고,
뉴스를 보고,
일을 하고,
하루가 끝나면 다시 스마트폰을 바라봅니다.
잠시 멈추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시가 더 마음에 들어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도를 위해 특별한 장소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
성당이나 교회, 예배당에서만 기도하는 것도 아니고,
정해진 시간에만 기도하는 것도 아닙니다.
잠시 멈추어 바라보고, 듣고, 기억하고, 감사하는 순간에도 기도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것.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의 하루가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음식도 천천히 먹으면 기도가 된다

시에는 음식을 오래 씹는 모습도 등장합니다.
이 부분이 특히 재미있었습니다.
우리는 밥을 먹으면서도 서두릅니다.
TV를 보면서 먹고,
스마트폰을 보면서 먹고,
다음 일을 생각하면서 먹습니다.
그런데 음식을 천천히 씹는다는 것은 어쩌면 지금 내 앞에 놓인 한 끼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 음식을 만들기 위해 수고했을 것이고,
농부가 씨앗을 뿌리고 가꾸었을 것이며,
수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 지금 내 식탁에 올라왔을 것입니다.
천천히 씹으며 그것을 생각한다면
평범한 한 끼도 감사가 됩니다.
그리고 감사는 기도가 됩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 깊어지는 기도
이 시를 읽으면서 또 하나 떠오른 것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기도의 내용도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젊을 때는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게 해달라는 기도가 많았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고,
아픈 사람을 생각하고,
떠나간 사람을 생각하고,
오늘 하루를 무사히 살아가는 것에 감사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는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누군가의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보고 싶은 사람을 생각하고,
고마운 사람을 생각하고,
미안한 사람을 생각하고,
아픈 사람을 생각합니다.
그 사람을 위해 잠시 마음을 내어주는 것.
그것 역시 기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시를 읽으며 가장 깊게 다가온 생각 가운데 하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에 관한 부분이었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혼자라고 느낍니다.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외롭고,
가족과 함께 있어도 마음을 나눌 사람이 없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기도는 문제를 당장 해결하는 주문이 아니라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말없이 하늘을 바라보는 것.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는 것.
그리고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
그 순간 우리는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됩니다.
오늘 하루, 나만의 기도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오래된 기도」를 읽고 나니
기도에 대해 조금 편안해졌습니다.
꼭 멋진 말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긴 시간을 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장소를 찾아가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늘 하루에도 작은 기도는 얼마든지 있었을 것입니다.
아침에 창밖의 하늘을 바라본 순간.
오래된 친구의 이름이 문득 떠오른 순간.
따뜻한 차 한 잔을 천천히 마신 순간.
길을 걷다가 예쁜 꽃을 발견하고 잠시 멈춘 순간.
그리고 오늘 하루도 무사히 살아냈다는 사실에 감사한 순간.
어쩌면 그런 순간들이 모두 기도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문재 시인의 「오래된 기도」는
기도를 거창한 행위에서 일상의 작은 순간으로 데려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조용히 묻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오늘 어떤 기도를 하고 있습니까?”
오늘은 잠시 멈추어 보려고 합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고,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떠올려 보려고 합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괜찮겠습니다.
그저 마음을 가만히 열어놓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기도가 될 수 있으니까요.
오늘 마음에 남은 한 문장
기도는 특별한 사람이 특별한 시간에 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평범한 하루 속에서 잠시 마음을 여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시를 읽고 나니
오늘 하루를 조금 천천히 살아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내가 무심코 지나쳤던 수많은 순간들이
사실은 오래된 기도였다는 것을 생각해 봅니다.